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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기초반
    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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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간의 기초반 강습이 시작되었다. 우리 수영장 기초반에서는 기본 호흡법과 발차기로 시작해 자유형까지 배운다. 

     

     수영에서의 호흡은 일명 ‘음파 호흡’. 물속에서 코로 숨을 내뱉고, 얼굴을 잠깐 물 밖으로 내밀어 입으로 들이마시는 호흡법이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물속에서 코로 ‘음-‘ 허밍 하듯 숨을 내뱉으며 보그르르 공기 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물 밖에서 입으로 남아있는 숨을 ‘파’ 뱉어내는 동시에 ‘헙!’ 들이마신다. ‘음’과 ‘파’의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코로 입으로 물이 들어가 몹시 괴로워진다. 

     

     다들 서로 초면인 사람들이 헐벗은 차림으로 물속에서 머리를 빼꼼 거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것도 어린 시절 놀이하듯 배웠던 동작을 다 큰 성인의 몸으로 다시 하는 게 얼마나 겸연쩍은 일인지. 그런데 왜지?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간다. 마치 아이들이 달릴 때 저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되는 것처럼, 얼굴에 물이 닿을 때마다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물속에서 먹먹하게 들리는 보글보글 날숨 소리, 마치 무중력의 우주인 같은 움직임… 물이 나를 어린아이로 만드는 것 같았다. 단지 물속에 있었을 뿐인데 기분이 즐거웠다. 

     

     

     

    ©Unsplash

     

     

     

     이어서 발차기를 배웠다. 풀 벽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수면으로 곧게 펴고 위아래로 번갈아 움직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릎과 발목을 완전히 펴서 발레의 ‘포인’ 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허벅지가 뻐근하고 종아리와 발에 딱딱하게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계속 “더 빨리! 더 세게!”를 외치셨다.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겼다. 안 힘든 척 표정을 유지하고 쉼 없이 다리를 움직였다. 몸이 기억을 하는 건지 꽤 꼿꼿하고 빠르게 발차기를 할 수 있었다.

     

     50분의 강습이 금세 끝났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로 수영장에서 나왔다. 즐거웠던 기분이 여운처럼 잔잔하게 남아있었다. 수영장 안과 밖은 왠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마치 잠시 다른 세계를 다녀온 것 같았다. 손에 든 수영 가방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길을 걸었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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