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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바다 수영엔 역시 평영이다!
    엄마의 생각/수영 2023. 1. 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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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박 3일의 여름휴가를 떠났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그동안 갈고닦아온 나의 수영 실력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우리는 강원도 고성으로 향했다.

     

     

     남편은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했다. 나는 곧장 바다로 달려갔다. 별다른 장비는 필요 없었다. 속이 비치지 않고 움직임이 편한 운동복과 물안경 하나. 그거면 충분했다. 

     

     호기롭게 뛰어들었지만, 놀랍게도 8월의 고성 바다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차가웠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온도 변화가 느리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한발 내딛을 때마다 ‘윽’ 하고 숨이 멎었다. 몇 번의 ‘윽’을 지나 물이 허벅지까지 닿았을 때, 몸을 웅크리고 조금씩 자세를 낮췄다. 엉덩이, 배꼽, 가슴… 마침내 어깨까지 물이 차올랐고, 비로소 나는 가슴 위로 교차하고 있던 양팔을 풀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다 위에 누웠다. 

     

     머리가 시원했다. 머리카락은 기분 좋게 너풀거렸다. 얼굴에 쏟아지는 따가운 햇살에 눈을 감아야 했다. 원초적인 감각에만 의지하며 온몸을 물살에 맡겼다. 잔잔한 파도에 가만히 누워 한참 동안 밀려나고 쓸려왔다. 문득 너무 멀리 떠밀려 온 건 아닌지 두려워져 눈을 떠보면, 예상과는 달리 그곳은 꼭 모래톱과 닿아있었다. 그러면 나는 갸우뚱한 마음을 감추고 태연하게 일어나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바다 수영엔 역시 평영이다. 평영을 조금이나마 배운 채 휴가를 떠나 얼마나 다행인지. 이젠 실전에 돌입할 때다. 물안경을 쓰고 물 위에 엎드려 바다밑을 바라보았다. 손을 앞으로 뾰족하게 모으고 평영 발차기로 이동하며 바닷속 탐험을 떠났다. 바위에 붙은 따개비와 아기 홍합, 성게 등을 구경하다가 바위틈을 재빠르게 오다니는 물고기를 발견하면 함께 숨바꼭질을 하곤 했다.

     

     좀 더 스릴을 즐겨볼까? 저 멀리 바위섬 한 바퀴 돌고 오기. 땅에 발이 닿지 않아 숨을 고를 땐 바위를 잡고 매달려야 했다.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은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큰 파도가 올 때면 잠시 멈춰 몸을 맡겼다가, 잔잔해진 사이에 빠르게 이동했다. 어릴 적 숨이 차게 뛰어놀며 느꼈던 활기와 모험심이 다시 솟아올랐다. 동그란 꽃잎 모양을 그리며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면 마치 내가 이 바위섬을 정복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온몸으로 무아지경이 되어 노는 게 얼마만일까? 이 즐거움을 왜 이제껏 잊고 살았을까?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몹시 위험한 행동이기도 했다. 주변에 다른 사람도 없었고 아무런 보호 장구도 갖추지 않았다. 안전요원도 없는 해변이었다. 심지어 참참이 바다에서 나와 캔맥주도 홀짝거렸다. 다음 여름휴가에는 더 안전하고 즐겁게 바다를 즐기리라.

     

     한편으로는 바다를 헤엄치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금 상기했다. 깊고 깊은 바다 그 미지의 세계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영원한 지구의 시간에 인류란 잠깐 머물다 가는 행객일 뿐. 우리는 절대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니며 또한 공생하는 다른 생물의 지배자도 아니다. 불찰을 자각하고 익숙함을 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위대한 자연 앞에서 만물을 겸애하며 살아가겠노라고, 끝없는 바다를 향해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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