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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 파가니니 24곡의 카프리스 중 24번 | Paganini : 24 Caprices Op.1, No.24엄마의 클래식/테마로 듣는 클래식 2021. 2. 6. 00:21반응형
[테마로 듣는 클래식]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 파가니니 24곡의 카프리스 중 24번 Paganini : 24 Caprices Op.1, No.24
1840년, 수개월째 병석에 누워있는 한 음악가. 그의 천재적인 연주 실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대가로 얻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사제가 죽음을 앞둔 그를 찾아갑니다. 지옥으로 향하기 전 고백과 참회를 이끌어내려 했던 목적은 호기심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도대체 당신의 바이올린에는 어떤 비밀이 있기에 그토록 놀라운 선율을 내는 것이오?” 집요하게 캐묻는 사제에게 음악가는 가쁜 숨을 겨우 몰아쉬며 대답합니다. "내 바이올린엔 악마가 있고 내 활에도 악마가 있고 나도 악마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 그는 4옥타브에 걸치는 넓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음을 하나하나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 주법, 현을 손끝으로 튕겨서 소리를 내는 피치카토 주법 현에 손가락을 가만히 대서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는 하모닉스, 이중 트릴 등의 화려한 연주 기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또 바이올린 한 대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모방하는가 하면, 바이올린으로 갖가지 동물의 울음소리를 재현해서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지요. 활이 아니라 나뭇가지로 연주하고, 한두개의 현으로만 연주하고, 심지어 악보를 거꾸로 올려놓고 연주하기까지... 그의 경이로운 연주는 '악마'라는 소문을 만들어낼 정도였습니다.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은 관객들은 집단으로 히스테리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여동생 엘리자 보나파르트는 그의 연주를 들을때마다 기절했다고 하는데요.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의 현을 두 개만 사용하는 곡을 선보이자 엘리자는 “그럼 하나로만 연주할 수도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파가니니는 곧 정말로 G현 하나로만 연주하는 곡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괴소문이 만들어졌습니다. 파가니니가 연주하는 G현은 젊은 시절 그가 목 졸라 살해한 애인의 창자를 꼬아 만든 줄이라는 것이었지요.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실력을 얻었으며, 바이올린 활을 움직이는 것은 그가 아니라 사탄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런 소문으로 사람들은 파가니니를 경계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공연 때마다 관객들은 혹시 무대 한 구석에 악마가 숨어 있는지 둘러보고, 파가니니가 지나갈 때마다 정말 악마 특유의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걷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시인 하이네는 "공연 중 그의 발치에는 사슬이 감겨 있었고 '악마'가 나타나 그의 연주를 도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평생을 헛소문에 시달린 파가니니. 그는 고향 제노바의 성당 무덤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지요. 그의 외아들 아킬레가 평생을 바쳐 로비를 한 끝에 무려 사후 46년이나 지나서야 파가니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 10년도 안 되어 아킬레는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가니니가 작곡한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곡의 카프리스는 바이올린 콩쿠르와 오디션, 실기시험에 거의 빠지는 일이 없어 전공자라면 필수적으로 연습해야 하지만, 최고난도의 기교를 구사하면서 음악적으로 훌륭하게 소화해내기는 무척 어렵기 때문에 감히 전곡 연주를 시도하는 연주자는 드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Maxim Vengerov의 파가니니 24곡의 카프리스 중 24번 Paganini : 24 Caprices Op.1, No.24 연주를 소개합니다. (영상에서 연주 도중 박수소리가 들리는데요. 클래식 공연에서는 한 곡의 연주가 모두 끝난 후 박수를 치는 것이 매너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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