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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
    엄마의 클래식/테마로 듣는 클래식 2020. 10. 3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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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로 듣는 클래식]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

     

     

     

    슈만, 클라라, 브람스. 이 세 음악가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알고 계시나요?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umann (1810~1856)

     

     

     

    독일의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평론가 로베르트 슈만. 1810년 작센주 츠비카우에서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무명시절의 슈만은 당시 뛰어난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의 집에서 하숙하며 피아노를 배우게 되는데요. 비크의 딸 클라라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클라라 조제핀 비크 슈만 Clara Josephine Wieck Schumann (1819~1896)

     

     

     

    클라라 역시 아버지 비크에게 음악을 배우고 어려서부터 천재 소녀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뛰어난 실력으로 당시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와 비견될 정도였지요. 음악을 매개로 슈만과 클라라는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비크는 홀로 애지중지 열심히 가르치고 키운 클라라와 빈털터리 무명의 작곡가 슈만과의 사랑을 강경하게 반대했지만, 슈만과 클라라는 비크와 법적 투쟁까지 하며 1840년, 결국 결혼을 하게 됩니다.

     

    클라라는 결혼 후 가족을 뒷바라지하느라 작곡에 대한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소수의 작품만을 남겼는데요. 결혼 전 작곡한 클라라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세요.

     

    클라라 슈만 피아노 협주곡 Op.7 Clara Schumann-Piano Concerto Op.7

    youtu.be/sHnYlORpL5Q

     

     

     

     

     

    슈만과 클라라

     

     

     

    클라라는 아버지의 반대를 물리치고 슈만과 결혼하여 6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슈만 부부는 서로 음악적 동반자로서 큰 영향을 주고받았는데, 특히 클라라는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해서 유럽 각지에서 남편의 작품을 연주하여 슈만이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슈만은 클라라의 이름을 따 그들의 비밀 암호를 만들어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클라라 코드'로 불리는 [C-B-A-A] 음의 하행 진행입니다. 이 '클라라 코드'는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 1악장에도 반복해서 나옵니다.

    도↘ 시↘ 라라→ 잘 들어보세요.

     

    피아니스트 유자 왕 Yuja Wang이 연주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Op.54 Schumann-Piano Concerto Op.54 입니다.

    youtu.be/fWDrJT0s1s8

     

     

     

     

     

    슈만과 클라라

     

     

     

    결혼 후 음악가로서 절정기를 맞이한 슈만 부부는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 Joseph Joachim의 소개로 스무 살의 청년 요하네스 브람스를 만나게 됩니다. 무명의 작곡가 브람스의 음악적 재능에 감탄한 슈만은 평론을 통해 '이 시대의 이상적인 표현을 가저다 줄 젊은이'로 브람스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클라라도 그날의 일기에 브람스를 '하느님께서 직송으로 배달해준 선물'로 표현하였습니다. 슈만 부부는 브람스를 그들의 집에서 생활하게 하며 브람스가 음악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었습니다.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는 예술적인 교감으로 우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

     

     

     

    하지만 슈만은 브람스를 만난 지 반년도 못 되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며 뒤셀도르프의 라인강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다행히 구조되어 생명은 건졌지만 결국 엔데니히의 정신병원에 수용되었습니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이자 임신부였던 클라라는 홀로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고, 브람스는 작곡에 몰두하면서도 슈만 가족을 성심성의껏 돌보았습니다. 그리고 점차 스승의 아내이자 14살 연상의 여인, 또 자신의 작품을 가장 완벽하게 해석하고 연주해주는 거장 클라라를 흠모하게 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이란 단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수식어를 사용해 당신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하지만 클라라는 당장 슈만의 병원비와 갓 출산한 아이를 포함해 일곱 자녀를 양육하기에도 벅찼습니다. 또한 그는 슈만의 음악과 항상 함께했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정서적인 공허함을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클라라는 브람스와의 친분은 소중히 여기면서도 연애에 대해서는 완곡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친구, 딱 거기까지였지요.

     

    슈만이 라인강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했을 당시 브람스는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9 Variations on a Theme by Schumann, Op.9>를 작곡하여 클라라에게 헌정하며 위로했는데요. 곡 전반에 담긴 슈만에 대한 존경과 클라라를 위한 깊은 마음을 느껴보세요.

     

    다니엘 바렌보임 Daniel Barenboim이 연주한 브람스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9 Brahms-Variations on a Theme by Schumann, Op.9입니다.

    youtu.be/NP0EfDQHe0Q

     

     

     

    슈만은 정신병원에 감금된 지 2년 만에 4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클라라가 와인을 손가락에 찍어 슈만에게 먹여주려 하자 클라라의 손을 붙잡고 "나는 알고 있다(Ich weiβ)"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슈만이 정신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악보

     

     

     

     

     

    37세에 젊은 미망인이 된 클라라는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며 살아왔어요. 그러나 이제 나는 산송장이에요."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클라라는 77세에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40년 동안 슈만의 모든 악보를 손수 정리하여 직접 출판하였고, 피아니스트로서 연주회를 통해 슈만의 작품을 알리는데 평생 노력하면서 남편 슈만과의 사랑을 지키며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브람스는 슈만의 사후에도 독신으로 클라라의 주변을 맴돌며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음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클라라가 위독하다는 비보를 접하고 40시간 동안 달려왔지만 결국 임종을 지키지 못한 브람스는 그의 죽음을 누구보다 비통해했습니다. 클라라가 세상을 떠나자 브람스는 "나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은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클라라가 세상을 떠나자 브람스의 건강도 눈에 띄게 쇠약해졌고, 이듬해 브람스도 64세를 일기로 클라라의 뒤를 따랐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던 브람스가 그 절절한 마음을 담아 쓴 곡, 피아노 4중주 3번 Brahms-Piano Quartet No.3, Op.60 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브람스 피아노 4중주 3번 Brahms-Piano Quartet No.3, Op.60

    youtu.be/49GKb5UAF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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